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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일 휴가도 안간 이등병의 첫 동계훈련 / 이등병의 혹한기
    아무말 대잔치/어쩌다 대한민국 육군 2023. 5. 1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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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육군

    병장으로 전역하기

     

    EP. 10

    동계훈련

    이등병의 첫 혹한기

     

    자대에 와서 처음으로 겪은

    동계 훈련의 꽃 혹한기 훈련이 시작됐다

    날짜상으로는 백일 휴가를 나가야 했지만

    훈련일정과 겹친다는 이유로

    휴가 일정이 미뤄졌다

    원래 이런 시스템인지 알 길은 없었다

    그렇다니까 그렇구나 했다

     

     

    그래도 훈련이 끝나면

    바로 휴가를 보내준다니

    은근히 훈련을 기다렸다

    '혹한기'라는 단어 뜻도 제대로 모를 때였다

     

    솔직히 특별히 대단한 것은 없는 훈련이다

    낮에도 영하권을 유지하는 실외에서

    한국전쟁 때도 사용했던 것 같은

    천막과 텐트로 지휘소와 막사를 구성하고

    철야로 작업하고 산에 들어가서 자고

    그리고 또 내려와서 작업하고

    그렇게 4일을 반복하고 행군으로 복귀하는 훈련이다

    부대 인원이 동시에 훈련을 하면

    일반적인 부대운영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선발대 후발대로 나뉘어 훈련을 한다

    나는 선발대였다

     

     

    처음 받아보는 혹한기 훈련은

    체력적인 한계도 느꼈지만

    여러모로 심리적인 스트레스가 더 많았다

    늦은 밤까지 잠을 재우지 않고

    훈련을 이어갔다

    정비대 특성상 차량정비의

    이론과 실습을 병행했는데

    졸려서 눈이 감기는 건지

    추위에 의식이 흐려지고 있는 건지

    기억이 또렷하지 않다

    이 날 서서 잠자는 스킬을 습득했다

     

    야외에서 자는 잠인데도

    텐트 안 침낭 속은 비교적 따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야외활동 때 입은 옷 그대로

    침낭 속에 들어가 잠들기 때문이었다

    훈련 4일 동안 복장이 바뀐 거라곤

    양말뿐이었다

     

    선임 분대장이 핫팩을 나눠 줬는데

    그다지 사용할 일이 많지 않았다

    핫팩은 주머니에 넣어 놓고 써야 따뜻한데

    군인은 주머니에 손을 넣을 수 없다

    병장이 되면 또 모르겠지만

    이등병의 주머니는 그랬다

    그래서 장갑을 두 겹으로 꼈다

    장갑을 두 개씩 써도도 냉기가 들어왔다

     

     

    이것저것 만지고 나면 손끝이 아렸다

    여차저차 따듯해진 핫팩도

    맨손으로 쥐어야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는데

    주머니 밖에 항상 나와 있어야 하는 손은

    늘 두꺼운 장갑이 끼워져 있어

    핫팩의 뜨끈함은 전달되지 않았다

    다들 얼굴 볼때기를 부비며 좋아라 했다

     

    밥맛도 의외로 좋았다

    혹한기를 겨울캠핑 정도로 생각할지도 모르니

    이쯤에서 확실히 해야 할 이야기가 있다

    혹한기 훈련에는 캠프파이어가 없다

    캠프파이어가 없으니 바베큐도 없고

    마시멜로도 불멍도 없다

     

     

    밥은 항상 군용 트럭으로 배달이 왔다

    훈련지 배식은 보통 반합으로 받았다

    반찬은 뜨거운 국물 한 가지와

    잔반이 잘 남지 않는 반찬들로 준비된다

    훈련짬밥(?)이 있는 선임들의 지도를 받아

    반합에 위생팩을 씌워서 밥과 국 반찬등을 받았다

    훈련지에선 무슨 반찬이 어떻게 나온 든 상관없었다

    어차피 비닐 하나에 다 때려 넣고 섞는다

    이게 진짜 짬밥이다

    수박통 만한 주먹밥을 만들어서

    한 덩이씩 떼어먹었다

    근데 이게 또 맛있다

    왜냐고?

     

     

    우린 참치가 있었다

    '맛다시'라는 기적의 양념도 있다

    고추참치는 좀 더 감칠맛 나게 즐길 수 있었고

    야채참치는 소프트한 맛을 즐길 수 있었다

    가만 생각해 보면 반찬들 역시

    이렇게 섞어 먹기 좋은 구성으로 준비된다

    하지만 항상 그런 것도 아니었다

     

    한 번은 내 동기가 생선조림을

    한 봉지에 짬(?)시켜 받아와서

    혼자서 생선덮밥을 먹었다

     

    이게 혹한기의 전부였다

    내가 태어났던 날이 영하 20도였다는데

    그래서 였는지 바깥생활(?)은 제법 견딜만했다

     

    행군으로 혹한기 훈련을 마무리하는데

    바깥 생활이 익숙해진 탓인지

    걸을수록 몸이 데워져서 땀도나고 오히려 좋았다

     

    그렇게 도착한 부대막사에는

    후발대가 우리를 반기며 기다리고 있었다

    훈련의 마무리는 PX(충성마트) 타임

    PX에서 사 온 간식들이 준비되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수송관님이 준비한 전기물통이었다

     

     

    물통을 열어보니 만두가 잔뜩 들어 있었다

    얼마나 많이 넣어 놨는지 집을 때마다

    김이 펄펄 나는 만두가 두세 개씩 붙어 나왔다

    바닥에 남아있는 부스러기까지

    싹싹 긁어먹었다

     

    혹한기가 다들 힘들다고 하는데

    찬 데서 먹고 자는 평범한 훈련이다

    생각해 보면 개인적인 채질 일지도?

     

    이런 생각으로 남은 이등병 생활도

    열심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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