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 같았던 백일 휴가 그리고 아이작 뉴튼

 

대한민국 육군

병장으로 전역하기

 

EP. 11

백일휴가

그리고 작용 반작용의 법칙

 

혹한기 훈련이 끝나고

곧 있을 휴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은 신병이 들어왔다

11월에 입대했다는 신병은

내 바로 밑 후임이 되었다

백일 휴가도 다녀오지 않았는데

나에게도 후임이라는 것이 생기다니

휴가 전에 행동 하나하나 똑 부러지게

내무생활의 모범을 보이고 가야겠다

는 생각은커녕

 

 

집에서 놀고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하니

벌써부터 도키도키가 멈추질 않는다

 

내일모레면 위로 휴가를 나간다

훈련으로 피로해진 심신을

집에서 편히 지내며 회복할 수 있구나

후임에게는 대충 걸레 짜는 거랑 청소

눈칫밥 미슐랭 3성급으로

맛있게(?) 먹는 법 등

꼭 필요한 생존기술만 알려준 뒤

파이팅을 외치며 휴가를 나왔다

 

백일 휴가는 4박 5일이다

월요일 아침에 부대를 나왔다

휴가는 처음이라 부대에서

아침도 챙겨 먹고 나왔다

휴가를 기다리며 육군수첩에

휴가 때 먹고 싶은걸 잔뜩 적어놨는데

첫 번째가 짜장면 먹기였다

 

 

우리 집은 낚시와 슈퍼를 같이 운영하는

동네슈퍼마켓이었다

그리고 오른쪽에 중국집이 붙어 있었다

첫 번째 미션부터 해결해야겠다

버스에서 지하철

지하철에서 버스로 갈아타며

세 시간 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얼추 점심시간에 맞춰 도착한 가게에서

짬뽕을 먹었다

 

그랬다

나는 짬뽕귀신이다

 

한여름 더위에도 짬뽕을 먹곤 했는데

겨울에는 짬뽕이 제일이다

왼쪽에 있던 냉면집에는 안부만 전했다

집으로 돌아가 이것저것 하다 보니

시간이 새벽에 가까워졌는데

솔직히 잠을 자는 것이 아까웠지만

내일을 기약하며 베개에 머리 댔다

 

 

시계가 여섯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고요한 어둠 속에서도 정신이 또렸해졌다

오늘따라 기상나팔소리가 늦는다

방송은 나올 리가 없었다

 

어후 C 깜짝아!!

 

묘한 안도와 슬픔이 교차한다

정말 신기하다

부대에 있지 않아도 어디서든 군인이었다

아무리 아닌척 해보려 해도

지구의 구성원이

남자, 여자, 군인으로 구분된 듯

누구든 대번에 군인인 줄 알아차렸다

그래도 최대한 아닌척하며 돌아다녔다

 

군대 밖에서는 뭐든 재밌고 좋고

맛있고 편하다

흔한 가정식 백반도

군대 밖이면 임금님 밥상이다

친구들을 만나 술도 한잔하고 PC 방에서

카르마 온라인으로 이등병의 무서움도 뽑냈다

이래저래 알차게 계획된 구성이었다

 

 

집에서는 플스를 하고

라그나로크 시간정액을 넣어서

낮밤 하루를 게임으로 보내기도 했는데

시간이 아깝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서 빈둥거렸다

 

신나게 놀면 놀 수록 시간을 빨리 지나갔다

4박 5일의 마지막 날이 되었다

이것저것 좀 더 먹이려

친척들까지 불러 파티를 열었다

이날은 다른 때와 달리 입맛이 영 좋지 않았다

 

휴가 첫날의 역순으로 부대에 복귀했다

군생활 2년 중 가장 빠르게 지나간 5일이었다

이런 식이면 군생활 정말 아무것도 아니구나

2년 금방 간다. 눈떠보면 곧 전역이다

틀린 말이 아니다

(.....)

는 개뿔

분명 병무청이나

국방부에서 지어낸 이야기다

 

아.... 죽겠네

 

아이작 뉴튼이 말했다

모든 작용에는 크기는 같고

방향은 반대인 반작용이 존재한다

 

운동 제3법칙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이다

 

정말 꿀 같은 백일 휴가였다

꿀단지는 집에 두고 가야만 했다

 

 

얼마나 신나게 꿀(?)을 빨았는지

군생활이 전보다 쓰다

힘의 크기는 같고 방향만 반대라고 했는데

밖에서 꿀 빨고 온 것에 비해

군생활의 농도가 더 진해졌다

토종꿀이었나 보다

꿀벌 개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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